시왕도

불교경전을 그려 벽면에 걸도록
만들어진 것을 탱화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감로탱화다. 육도중생이
겪어야 하는 업의 굴레를 불,
보살의 자비가 깃든 감로로 구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도상화한 그림을 말한다.
감로탱화의 하단에는 보통 아귀상,
지옥상 등 천도로 윤회하는 중생상을
도설하고 있다. 지옥에서 겪는
끔찍한 여러 모습을 강조함으로써
극락정토에 왕생하기를 촉구하는
권선징악적 의미를 표현한 그림이다.
형언하기 어려운 공포를 상상하게
해주는 그림이자 현실계의 인간들에게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가시적 존재로
만들어 보여준다. 시왕도는 아귀도,
축생도와 함께 삼악도의 하나로 죄를
지은 중생이 죽은 뒤 태어나는 지옥의
세계를 보여주는데 이 그림은
명부전(지장전 또는 시왕전)에 안치한
지장보살의 뒷벽에 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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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세상을 6도로 나누어
설명한다. 6도란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수라도, 인간도, 천상도를
말한다. 인간이 살다가 악업을
쌓으면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로
가고 선업을 쌓으면 수라도, 천상도로
가며 선악과 악업이 적당하면
인간도에 머문다고 한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수명이 다하면 반드시 다시
다른 세계로 가야한다. 이를 이른바
‘육도윤회’라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불교의 목적은 사람이 죽어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육도윤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데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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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왕도를 보면 화면 상단에 사람이
죽은 후에 그 죄를 재판하는 열 명의 왕,
즉 시왕十王이 그려지는데 이들은
악을 징벌하고 선을 권장한다.
보통 긴 수염을 드리우고 근엄한 표정을
지닌 시왕 옆에는 기록 문서를 지닌 신장이
좌우로 시립하고 있다. 이 그림에서는
홀을 든 관리 복장의 사람과 삼지창을
든 체 상반신을 벗고 있는 옥졸이 양
옆에 자리한다. 건물 바깥에도 오른손에
삼지창을 들고 건물 안을 바라보고
있는 옥졸은 도깨비처럼 머리가 두 개의
커다란 혹으로 갈라져있는 형상으로
서있다. 시왕이 뒤에는 수직의 암산이
솟아있는 그림이 있다. 산형의 필가와
지통, 종이 등이 책상위에 놓여있다.
건물은 온통 구름으로 가득 감싸여져
있어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왕 앞에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상반신을 벗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졌다.
죽은 사람들은 시왕 앞으로 가서 죽음을
맞이함과 동시에 긴 명도에 오르는데
극선은 곧 승천하고 극악은 지옥으로
떨어지며 그 외는 중간여로를 걷는다고 한다.
아마도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질 그 길을
초조히 기다리는 중일 것이다. 현실계에 사는
이들은 이 그림 속 인물의 자리에 자신을
앉히면서 죽어서 가야할 길을 공포스럽게
떠올려야 한다. 지옥은 죄를 범한 사람이
사후에 가는 곳으로 지하 또는 세상 끝에
있다고 한다. 나락奈落이라고도 한다.
이곳은염라대왕이 주재하며 136개의
지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지옥에서 100년을
보내야 죄업이 소멸된다고도 한다.
그런데 인간계의 100년이 지옥에서는
1주야라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세월을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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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하단에는 처참한 지옥의
장면이 펼쳐진다. 망언 또는 거짓말을
한 죄인이 떨어지는 곳으로 혓바닥을
잡아 빼어 밭을 가는 형벌을 주는
곳이 대규환지옥이다. 여기서는 눈알을
빼기도 한다. 이 그림이 그런 경우다.
지옥의 옥졸은 기둥에 사람을 묶어
놓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묶인 이의
눈을 찌르고 있다. 칼로 찌르는 손과
찔린 눈 사이에 ‘할안지옥’이라 썼다.
이 그림은 10폭 병풍인데 특히
이 그림이 좋다. 사람의 눈을 찌르는
장면은 만화 같고 상상력이 풍부한
구성에서 돋보이는 그림이다. 현실에서의
수복장생은 민화가, 사후의 보상 문제는
지옥도가 담당한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갖가지 고통스러운 경험과 죽음이
장면들이 아귀를 중심 도상으로 하단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시왕도는
현세와 내세의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염원과 후손들이 이런 고통을 겪지 않도록
계도를 위해 그려진 그림이다.

(글. 박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