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도
나비와 바위, 꽃과 여자가 있는 풍경이다.
따뜻한 봄날 외출을 나온 이들을 그린 듯하다.
봄의 기운이 천지간에 가득해서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모든 것들은 발아하고
벌어지고 피어나기를 지속한다. 바위, 나무,
여자 둘, 네 마리 나비가 하단에서 부터
순서대로 상승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한 쌍씩을
배치하고 있는 구도다. 그림의 중심은 단연
무수한 꽃을 달고 있는 나무다. 작은 열매 같기도
하지만 꽃봉오리를 그린 것으로 유추된다.
알처럼 단단하게 부푼 봉오리들은 농담의 변화를
통해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고 보는 이의 시선을
상단 끝까지, 하늘 쪽으로 잡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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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 우측에 자리한 두 명의 여인들의
손가락 역시 위를 지시한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이 순서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바라보게 되고
그런 시간의 추이를 경험하게 된다. 돌은
벌린 다리처럼 틈을 만들어 기꺼이 꽃나무를
피워낸다. 꽃나무는 춤추듯이 상승하면서
뿌리에서 가장 먼 곳을 향해 직직한다. 그 돌
사이로
두 여자가 빠져나오면서 부양하는 듯하다.
두 개로 나뉜 돌의 방향을 보여주는 선과
여자들의 손짓, 위로 상승하는 나무의 줄기 모두가
하늘로
향해있다. 작은 우산을 받쳐 든 여자와
그 옆의 또 다른 여자 그리고 화면 하단에서
솟아오르는
바위의
그 갈라진 틈으로 붉은 색
몸통과 줄기,
열매를 단 나무가 급격한 곡선을
만들어내면서
솟아오른다. 바위는 색을
달리하는 몇 가닥
선으로 대충 마감하듯 대충
그려놓았는데 이 두 개의
돌이 생명을 잉태하는
틈으로
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돌의
생명력과 힘을 보여주는 선들에서 활력적인
동세가 물씬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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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원형으로 이루어진 작은 꽃을 향해
커다란 나비 한 마리와 나머지 작은 나비 세 마리가
그려져 있다. 청색 물감을 칠해 그린 큰 나비는
더듬이로 나무에 닿기 직전으로 내려오고 있다.
우측 상단의 세 마리 나비는 먹색으로
칠해져있는데 위에서부터 하강하는 모습을
신속한 속도감과 함께 보여준다. 거리감으로
인해 단색으로 그리고 보다 작게 그려졌다.
이 공간감의 표현이 놀랍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지극히 예민한 나뭇가지의 선, 맑은 색채감각에
쓱쓱 몇 가닥 선을 거침없이 돌려 이를 바위의
표현, 나아가 특이한 도상으로 이룬 인물의
표현이 볼수록 재미있다. 상당히 섬세한 선으로
윤곽을 반듯하게 그어나간 후에 색채를
입혔는데 예민한 손가락 묘사와 치마선 처리가
재미있다.
윗저고리 밑으로 불거져 나온
가슴 묘사도
그렇고 허리춤의 끈 묶음도 흥미롭다.
어눌하면서도 특별한 감각을 지닌 그림이고
그래서 너무도 개성적이다.
(글. 박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