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도

화분에서 올라온 꽃가지에 올라앉은
새 두 마리가 양방향에서 자리하고 있다.
청색과 빨강으로만 이루어진 이 단색조
그림은 그 두 가지 색만으로도 상당히
풍성한 색감을 일군다. 청신하고 상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색이다. 전체적으로
그림은 단순하고 간결하다. 그래픽 한
윤곽선과 도상학적 이미지, 주어진 윤곽
안에 다소 단정하게 칠해놓은 색채가
그러한 인상을 준다.

화분과 새, 나뭇가지와 꽃을 보여주는
선들은 절제되어있어 도상화의
힘을 간결하게 전한다. 다섯 잎 혹은
네 잎의 도식화된 꽃과 함께
사실적인 매화꽃을 아름답게 그렸다.
특히나 우측에서 올라오는 나무의
처리가 일품이다. 반듯한 직선이
대부분인데 이 나무를 묘사한 꿈틀거리는
곡선, 유기적인 선이 나무의 질감과
무게감 등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절제되어 있으며
담백한 선의 구사가 돋보이는 그림이다.
화분 안을 장식한 서로 다른 문양도
곡선과 직선의 대비를 살려가면서
길상적 의미를 전달해준다. 하늘의
영험스러운 기운을 받아 쑥 쑥 자라나는
식물과 그 에너지를 받아 활기차게
울어대는 새로 연결되는 구성이
절묘하다. 모든 것은 이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서로 상응하고 화답하며
어우러진다.

그것이 자연이고 삶이다. 지구상에
모든 생명체는 이러한 고리 속에서
순환한다. 수직으로 자라 올라가는
식물의 생명력, 그 기운이 힘차게
발아되고 있고 꽃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 기운의 뻗침이다.
이것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힘임을 보여준다.

(글. 박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