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도
흐릿하면서도 은은한 색감이
일품이다. 화면 하단 바위틈에서부터
솟아올라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며
자리한 나무를 중심으로 양 쪽에서
한 쌍의 새가
서로 마주 대하며 선회한다.
먹의 농담과 찌글거리는 선으로
대충 묘사한 바위와는 달리 나무와
새는 정성껏 그리고 있다.
꿈틀거리는 나무는 비틀리며 올라가고
상단부에서는 다시 꽈배기처럼
꼬였다. 왕성한 생명력의 가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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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좌우대칭의 구도
감각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맑은 색채를 선염하고
그만큼 여리고
투명한 연한 붉은 색과
초록색을
사용해 그렸다. 섬세하고 정밀한
솜씨가
손에 잡힌다. 사방으로
확산되며 무성하게 자라는
꽃과 잎의
묘사와
선의 농담을 살려
그린
윤곽선들,
그리고
먹 색 만으로
충분한
묘사와
입체감을 살리고
있는 새의
자태가
매우 우아하고
치밀하다.
뒤틀리며
올라가는
나무 몸통의
질감처리를
보여주는
붓의터치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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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며 상승하는 꽃나무는
생명의 기운으로 넘쳐난다.
출렁이듯 물결치는 듯한 잎과
그 잎의
방향으로 함께
동반하며 펼쳐나가는,
벌어진
꽃들이
탐스럽고
단아하다. 꽃과
잎들의
윤곽선은
날카롭고
반듯한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활달하고 생명력
넘치는 상황이
전개된다.
특히
두 마리 새를 그린
예민한
선의 맛과
먹의 번짐, 운용이
돋보인다.
생동감 넘치면서도
우아하게 먹을 머금은 새의 자체가
특히 아름답다. 진하고 선명한
부리와 날개끝 처리를 마무리한 먹색,
오그린 다리의 섬세한 선이 일품이다.
몸체에 비해 지나치게 작게 그린
새의 다리는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한 순간을
암시한다. 이상할
정도로
정적이면서도 우아한
활력과
동세가 느껴진다.
이런 역설이
공존하고 있다.
고요하면서도
상당한 기품이
느껴지는 화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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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민화가 주는 감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시정이랄까, 정서적인 맛을
가감 없이, 드라마 없이, 과장하거나
인위적인 조작 없이 온전하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빛을 발한다. 그림이 자연스럽다는
말은 바로 그런 뜻일 게다.
(글. 박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