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도

누군가의 조형감각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가능한 그림이다.

대상을 표현함에 있어
채움과 비움, 드러냄과
숨김, 느슨함과 빼곡함,
대칭과 비대칭 등
모든 조형적 경험을
숙성된 고도의 경지로
실현해 내었다.

이렇게 소박한 봉황이
있을까 싶지만 눈과 꼬리의
특징만으로 변별력있는
봉황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이뤄냈다.

배경이된 오동나무는
더 이상 숨길곳 없을
정도에서 멈추었지만
디테일을 충분히
저장해 놓았다.

머리 밑부분의
앙증맞은 새싹은 여백을
밀도있게 처리한
고도의 애드립이다.

최소한의 형태소만으로
무엇이던 실현해낼 수
있었던 조선 무명작가의
대단한 자신감.

이렇게 손길이
완성될때까지
그는 얼마나 오랜 시간
마음과 손을 다지며
오갔을까.

(글. 이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