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도

소설 <삼국지연의>의 주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삼국지를 소재로
한 민화는 꽤 많다. 그만큼 삼국지는
한국인들이 즐겨 읽던 소설이자
누구나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였기에
즐겨 그림의 소재로 다루어졌다.
이 8폭 병풍에 담긴 그림 역시
삼국지의 대표적인 이야기 몇 개를
다루고 있다.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가 삼고초려 하는 장면이라든가
장판교에서 장비가 크게 소리를
치는 장면, 정군산에서 자룡(조은)이
한승을 구하는 장면 등등이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그린 형태가
재미있다. 묘한 익살스러움과 유니크
한 도상화의 맛이 질펀하다. 마치
만화책을 보는 듯도 하다. 마치
아이들의 그림처럼 혹은 지극히
아마추어의 그림인 듯하면서도
관습적이고 상투형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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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우선 명징한 색채로 그래픽적인
느낌을 강하게 안긴다. 명확한
윤곽선으로 형태를 가두었고 그 안에
공들여 칠한 색채로 이룬 장식성이
간결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시술되었다.
모든 형태들은 좌측을 향해
기울어져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의
시간의 이동, 상황의 변화를 알려주려는
구도다. 화면 상단을 가득 채운 용의
자태는 세심하게 그려졌다. 흡사 구름
조각을 타고 있는 듯한 인물들의 설정과
얼굴 표정, 의복의 묘사,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물건 등의 묘사가 재미있다.
웃고 있는 말의 표정도 재미있지만
휘날리는 말갈기가 특히 실감나게
표현되고 있다. 가지런하면서도 섬세한
선의 구사다. 실제 말갈기를 접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공들여 그린
흔적이 묻어 있다. 꿈틀거리는 용과
구름을 탄 여자, 땅 바닥을 암시하는
선 위에 서 있는 인물 등 모든 형상이
상당히 독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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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자체의 재현, 묘사나 작가의
미적 이념 따위는 조선 민화에서 찾기 어렵다.
그보다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기는 형태를 임의로 그리고 자기 식으로
구성해나가는 임기응변이 앞선다.
무엇보다도 용의 비늘과 운무에 한껏
정성을 다해 그렸다. 한 손에는 모자를
벗어들고 한 손으로는 부채를 들고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듯한 인물은
사마중달이다. 사마의는 위나라의
정치가로 자는 중달로 흔히 사마중달이라고
불린다. 조조의 지략가로 활동을 시작하여
그의 후손들을 보필했으며
오장원에서 제갈량의 근대를 물리쳤다.
삼국시대 최고의 수혜자로 알려진 이다.
그의 손자 사마염이 진나라를 건국하면서
삼국 시대를 종말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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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하고 소박하면서도 못 그린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형언하기 어려운
너무나 재미나고 기발한 조형성과
회화성을 두르고 있는 민화다. 이처럼
같은 삼국지를 소재로 한 그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그린 이의 솜씨에 따라
너무도 다른 조형적 특질을 만나게 된다.

(글. 박영택)